
내가 열 살도 안되었던 시절 북면 바다 뾰족한 세 개의 섬을 어르신들과 같이 한 바퀴 돈 적이 있었습니다. 조그만 발동선(發動船)에 모두들 몸을 싣고 말입니다.
어렸을 적의 기억만으로는 그냥 무언가 신기해 보였던 아스라한 50년 전의 영상이 지금도 어슴푸레합니다.
쉼 없이 몰아치는 해풍(海風)과 철썩철썩 쳐대는 푸른 파도가 매끄러운 신선(神仙)의 바위를 깨우고 있습니다.
용궁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던 용녀와 왕자의 아름다운 전설이 지금도 찡하게 가슴에 와 닿는 삼선암(三仙岩) 어느 한 켠에서 옛 상념(想念)들로 인해 울컥 목이 메어 옵니다.
이 지상 최고의 미녀들을 낳았던 용녀의 후예(後裔)들이 지금도 미(美)의 유전자를 이어 받아 또 하나의 다른 천 년의 미래를 위해 분주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비바위, 어미바위, 아들바위가 이렇게 삼선암의 모습으로 우리를 지켜 온지도 벌써 수 천 년입니다.
삼선암의 정상에 홀로 서 있는 끈질긴 생명의 풀 잎 하나, 바위, 돌 하나가 모두들 정겨운 우리네 이웃이군요.
삼선암 앞 대바우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던 김영관의 옛 여자 친구는 어느 육지에서 용녀의 후예로 살고 있는지 괜스레 안부를 묻고 싶은 날입니다.
천부에서 섬목으로 가는 길목의 삼선암의 자태(姿態)는 영겁(永劫)의 무릉도원에 와 있는 듯 그저 고요하기만 합니다.
조그만 갈등일랑 접어버리고 서로를 보듬는 지혜가 필요한 때인듯 합니다.
@2009-9-26 sphong

섬목을 돌아 나오면서 출렁이는 파도의 유혹에 잠깐 넋을 잃었습니다.


멀리서 바라 다 본 삼선암의 자태가 아래 쪽 이미지로 훼이드 아웃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