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상 이럴 때면, 일을 한바탕 치루고 집에 돌아와서는, 방안에 한참동안이나 멍하게 앉아 있다. 고작해야,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애써 얼굴이라도 한번 보이려 가족들과 눈을 맞춰야 하고, 헬기라도 지원이 된다면 안도의 한숨을 쉬고, 환자를 실고 떠나는 헬기의 뒷모습을 보며 서로 환한 웃음을 지으며 수고했다며 악수하고 헤어지는 똑같은 반복과 반복들..
이러한 반복들은 지금 울릉도의 안타까운 현실에서,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이웃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인 것 같다.
어제,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가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로 인해, 헬기로 강릉 동인병원으로 후송을 보냈다. 주민들이 환자의 부모님께 할 수 있는 위로의 얘기들은 하나같이 “기상이 좋아 다행입니다” 기상이 좋아 헬기로 후송이라도 되니 좋다는, 운이 좋은 아이라는 얘기다.
어찌 보면, 참 지랄 같은 얘기다. 그것도 축복이랍시고, 2시간 이상을 헬기를 기다린 후에 웃으며 서로를 위로해 주니 말이다. 단 1초가 아쉬운 응급상황에서 2시간 이상을 기다리는 상황에 헬기가 와서 축복 이란다. 부모 입장에선 피를 말리는 2시간인데 말이다.
지금까지 어느 단체장이고 환자 수송용 헬기 도입은 생각지도 않았고, 꼴에, 울릉도 위한답시고 좀더 감동적이고 멋진 단어는 없나 머리를 짜내는 지금의 내 꼴은 또 어떻고..
주민들에 의해 이런 얘기라도 나오면, “헬기가 얼만지나 압니까? 또 그에 따르는 운용비는 또 얼만지나 계산 해봤어요? 안되요!!” 어느 누가 또, 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래전 그 누군가의 그 목소리는 지금도 귓전을 때린다.
우리 부모님은 울릉도에서 살기가 겁난다고 한다. 연세도 이미 80세를 넘기셨고, 당뇨병을 포함해 이런 저런 병을 갖고 계신 입장에서 당장이라도 쓰러지시기도 한다면 그다음은 팔자소관에 맡겨야 하는 것이 현재 울릉도의 의료 현실이다.
울릉도의 여러 여건상, 종합병원 수준의 의료시설과 인력을 갖추지 못할 바에는 정말 주민 숙원사업(?)인, 울릉주민 환자수송을 위한 헬기도입은 정녕 힘든 일일까? 국방부의 협조를 얻는 방법도 있지 않겠는가? 독도수호,독도수호 그토록 부르짖으면서, 독도만을 경계하는 헬기도 한대 있을 법 한데 말이다. 울릉도에 주둔하면서 말이다.
언젠가, 어느 신문의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서울의 모 종합병원에 입원한 소위, 고위공무원 이라는 분이 레지던트 파업으로 인해, 하루 이틀 진료를 못받은것에 격분하여 기자들을 불러 이를 비판하는 고발성 기사를 1면 톱기사로 실게하고 의기양양해 하는 그분은, 전국의 1342개면이 의사가 없는 무의촌 이라는 사실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그런 류의 칼럼이었다..
이순간, 왜 이런글이 갑자기 생각날까? 이 안타까운 현실의 울릉도를 도와줄, 정치인 다운 정치인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우울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