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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법무담당관제'로 지자체 행정투명성 높이자
지자체의 도덕 불감증이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정초에는 홍성군청의 대규모 비리사건이 터져 공직사회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리더니, 여론의 뭇매에도 불구하고 수천억원대의 초호화 청사 건립, 전시성 지역축제, 수익성 없는 건설투자로 지자체들이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2월 3일 A5면). 또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한 민선 4기 기초단체장 230명 중 선거법 위반이나 비리 등 혐의로 기소된 단체장이 95명에 이른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68%에 이르나, 50% 미만 자치단체가 전체 자치단체의 70%이다. 지자체가 마구잡이로 벌여 놓은 사업은 중앙정부가 교부금이나 보조금으로 감당해야 한다. 2008년 말 기준 전국 230개 기초자치단체의 빚이 천문학적인 11조원에 달하는데도 파산신청을 하는 지자체는 없다.
매관매직을 통한 인사비리, 각종 인·허가 관련 부정부패, 실정에 따른 예산낭비 등 지자체의 고질적인 병폐가 선진국의 진입을 앞둔 우리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면, 이제 대수술을 감행해야 할 때다. 각 지자체가 추진하는 정책의 입안·심의·집행 등의 전 과정에서 법률전문가가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법적 검토를 담당하게 하는 법무담당관제 도입이 지방행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중앙부처 및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2008년 접수된 행정소송은 총 3만919건으로 판결을 받은 1만4081건 중 정부 및 지자체의 패소금액은 16억5200만원에 달하고 있다. 정부 및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법적 분쟁이 갈수록 증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법률 비용을 줄여 예산낭비를 막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법무담당관은 공직자들에 대한 상시적인 법률실무교육과 모니터링을 통하여 위법 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또한 지자체는 새로운 정책이나 법규에 대해 법무담당관의 법적 검토를 거쳤다는 점을 들어 국민을 설득하고 지지를 얻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공직자의 입장에서도 법무담당관제는 유효한 자기보호수단이 된다. 법률전문가의 법적 자문을 거쳐 업무처리를 함으로써 공직자가 정치적 보복이나 법적인 책임 추궁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인사비리와 예산집행상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에서 '청렴 마일리지제'와 '자진신고자 감면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까지 지자체의 자정 노력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개방형 법무담당관을 통하여 지자체 내부에 체계적인 법치행정시스템을 가동하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여야 한다.
2009-2-6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