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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동  용바위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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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바쁜 봄 날

 

봄만 되면 이곳 할머니들은 괜스레 바쁩니다. 명이를 절이고 산나물을 뜯어 삶아 말리고 달래를 다듬어 얼리고, 철을 놓치면 맛이 없는 여러 가지 묵나물들과 풋나물들을 장만하기 위해 부지런을 떱니다. 자기 한 입 먹을거리야 몇 움큼만 있어도 되지만 육지에 있는 자식들이랑 마음이 가는 사람들에게 보내기 위해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정성을 들여 준비하여도 받는 사람은 별것 아닌 것으로 여기며 귀찮게 여길지도 모르는데 그런 생각은 아예 하지 않습니다. 마른 나물을 예로 든다면 간단하게 삶아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향이 강한 풋나물도 아니고 물에 불려서 다시 삶고 우려낸 다음 볶아서 반찬으로 만드는 과정이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식성에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맛을 아는 사람들이야 준비 과정을 귀하게 여기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맛있게 요리를 해 먹겠지만 하루하루 살기도 빠듯한 사람들은 저장하는 것조차 귀찮게 여길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할머니들은 받는 이의 기쁨만 상상하며 숙제를 하듯 봄날을 보냅니다.

엄마에게는 동네 소문을 전해주는 아나운서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 분이 계십니다. 장애자로 등록이 된 두 분은 차가 없으면 마을을 떠날 수 없습니다. 특히나 부축해 주는 이가 없으면 집을 벗어 날 수 없는 엄마는 소문을 물어다 주는 이 친구가 없으면 이승에 살면서도 저승에 사는 것처럼 막막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는귀가 어두운 엄마친구는 작은 속삭임은 들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큰 소리로 굴러다니는 소문들을  주어 모아 정보를 수집하고 해석을 해 엄마에게 전해 줍니다. 다행히 정신이 맑은 엄마는 친구의 이야기를 다 믿지는 않습니다. 걸러서 듣고 이리저리 꿰어 맞추어 이해를 합니다.

그런 할머니 두 분을 모시고 우체국을 다녀왔습니다. 육지에 살고 있는 자식들에게 보내기위해 봄 내내 말리고 절인 햇 미역이랑 생나물, 마른나물 절인나물 등을 부치기 위해서입니다. 보내지 않아도 섭섭해 할 사람도 없는데 힘들게 왜들 이러시느냐고 물으니 아나운서 할머니가 큰 소리로 말합니다. “.야야 내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 주까? 내가 몇 해 전에 속이 아파서 병원을 갔다아이가, 의사에게 내 속이 왜 이렇게 아픈기요? 물으니 ‘커피’를 먹으세요, 그러데. 좋아하는 커피를 속이 아픈 후로는 먹지 않았는데 커피를 먹으면 괜찮아 진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 큰 소리로 물었지 “커피를 먹으라고요? 예? 커피를 먹으라고요?” 그게 아니고 ‘급’하게 먹어서 그래요, 급하게 먹어서 위가 탈이 났다는 말을 커피 먹으세요, 라 하는 줄 알고 방정을 떨었으니 우리 딸이 남세스러워서 못살겠다며 야단났더라. 그때보다 지금 귀가 더 어두워졌으니 살아서 뭐하겠노 죽어야 되겠제, 응?“ 그러면서 또, 같이 늙어가는 옆집 아주머니의 실수담을 이야기 합니다. 젊은 시절 다방이라는 곳을 처음 들렀을 때 예쁜 아가씨가 무슨 차를 드릴까요? 물었답니다. “네, 다방레지 한잔 주세요.”

자식들은 이런 것 보내지 않아도 아프지만 않다면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은연중 나의 짜증 섞인 물음을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핑계로 유머로 받아 넘기는 할머니의 대답에 차 안은 뒤집어졌습니다.

젊음이 빠져나간 육체지만 몸짓을 섞은 실감나는 유머에 심각해져 있던 나의 마음도 풀어졌습니다.

2010년 4월 25일  박경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