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니 인생이란 매 순간 징검다리를 건너 듯 선택과 결정으로 이루어 지는 것 같다.

한 순간 선택을 잘못하면 나에게 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피해를 준다

그것을 알면서도 가볍게 선택할 때가 있다. 그런 선택들은 지나고 나면 가슴을 치며 후회를 한다.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 정도면 차라리 괜찮은데 그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면 가슴이 답답하다.

요즘 들어 부쩍 그런 자잘한 일들에 가슴 졸이며 답답해했다.

폭발할 것처럼 팽창된 가슴은 압력밥솥의 수증기처럼 딸각딸각 소리를 내며 굴러다녔다

여름이 다 갔는지 남았는지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고 더위와 싸우다 찬 바람에
소스라치게 놀라 하늘을 보니 청명한 하늘이 코앞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 답답함들이 삶에 대한 예민한 가슴앓이인 줄 알았는데 찬바람 때문인 것 같기도 했다.

오늘은 떠나는 여름을 친구삼아 가을을 맞이하려 안개 가득한 성인봉을 올랐다

핑계가 좋아 가을맞이 산행이지 복잡한 심사를 달랠 요량이었다.

내가 산을 오르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정상을 오르고픈 욕심도 있지만 가파른 나의 숨소리를 듣고
 싶어서 이기도 하다.

생각을 단순화 시키고 자잘한 것은 잊어버리고, 내 속의 내가 입으로 시인하는 잘못을 귀로 들으며
또 다른 내가 잘못된 선택을 오만가지 이유로 진실로 만들어버리기 전에 객관적인 입장이 되어
돌아보기 위해서 이기도하다.
그렇지만 오늘은 살아 갈수록 오리무중에 빠져드는 나의 삶이 혼란스러워 하나님께
도와 달라며 지혜를 달라며 가슴에 못질을 하듯 쿡쿡 스틱을 짚으며 산을 올랐다.

터벅터벅 산을 오르고 있는데 누군가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다 되어갑니다. 힘내세요.” 그 소리에 번쩍 고개를 들었다

하산을 하는 한 관광객이 내 모습이 무척 힘들어 보였는지 활짝 웃는 얼굴로 인사를 했다.

정상까진 아직 반에 반도 못 오른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다되어간다며 활짝 웃어주는 모습에
갑자기 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마음이 가벼워졌다.

“네, 감사합니다.”

그 순간부터 산을 내려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쌕쌕 웃으며 무조건 인사를 했다

옛날의 성인봉은 멀고도 높은 정복의 대상이었는데 지금은 물 한 병만 들고 나서면 휘
다녀올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내가 커진 것일까, 간이 커진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들로 웃음을 만들어보며 성인봉을 올랐다

정상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안개가 들쑥날쑥 거리며 만들어 내는 북쪽 풍경은 환상이었다.
그 모습에 불쑥 ‘나리동으로 내려가자’ 계획을 수정했다

요 몇 달, 다리가 아파 산행을 하지 못했다. 아팠던 다리를 재활훈련 시킨답시고 나다닌 것이 두 달쯤이다.

힘든 줄 모르고 쫓아다녔던 산을 바라만 보며 애를 끓이고 올라감보다 내려옴이 힘들다는 것을
아픈 후에야 알았기에 조심조심 하산을 했다

추산 마을을 지날 때 쯤 점심으로 먹었던 빵의 효능이 다 떨어 졌는지 슬슬 배가 고파왔다.
산을 오를 때 방송국 길을 되돌아 내려온다는 계획 하에 팔각정에서 짊어지고 오르던 과일을
신혼부부에게 다 주어버렸다.

물 한 병을 나누어 마시며 오르던 그 형편이 딱해 물까지 다 주어 버렸다

내 마음에 위로를 얻으려 한 행동에 슬슬 후회가 생길 때 쯤 빈 집인 듯한 마당에 늙은
까칠 복숭아나무를 발견했다 한창 무르익어 작은 바람에도 툭툭 떨어졌다

주인이 있는지 없는지 살필 겨를도 쭈그리고 앉아 주워 씻지도 않고 먹었다.
한 줄금 요기를 하고나니 가지에 매달린 것이 더 맛있어 보여 깨금발을 디디며 팔을 뻗치고
있는데 주인아저씨가 들어 오셨다. 미안하고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나무에 것은 맛이 없어, 떨어진 것이 더 맛있어..” 하셨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꽁지가 빠지게 마당을 벗어났다

그렇게 추산을 지나 발전소 뒤를 내려서니 간발의 차이로 버스가 지나가 버렸다.

‘복숭아 그만 먹고 조금만 더 빨리 내려왔으면 탈수 있었는데..’후회를 하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은 편했다. ‘까짓것 내친걸음에 현포까지 걸어볼까’ 생각하며 발전소 옆에 있는
민박집을 지나치려는데 유리창에 작은 메모지가 붙어 있었다.

“삶은 옥수수 팝니다.”


민박집 쉼터에 앉아 걸신들린 사람처럼 허겁지겁 옥수수를 먹고 있는데 어디선가

애닲은 심수봉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언제나 말이 없는 그 사람..”

민박집 아주머니의 따뜻한 배려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아~이 멋지고 아름다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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