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산허리에 엉겨붙은
손바닥만한 마을 있었네

투명한 허공에서
남은 햇살 한 줌 뚝 떨어지면 
빛 바랜 깃발을 내리고
소리없이 흔들리는 지평을
걷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바닷물을 매단 하늘 깊은 곳에
저녁 어스름 내리면
미처 건지지 못한 커다란 수묵화 한 폭
점점 깊이 빠져들고
그것을 건지려다 물에 빠진
달빛 한 조각
밤새도록 바다를 밝히는 곳

아침이 오면 
새 울음 풀어 놓고
빛나는 언어를 풀어놓고
햇살 도열하는 바다를 향해
바다 폭 만한 투망을 던지는 사람들이
거기 있었네 

소름 돋듯 돋아나는 그리움으로 숨차오르는
그렁그렁한 먼 눈빛을 바라보며
그 위태로움에 오늘도 안부를 묻는 사람들.

⊙ 등록일 : 2003-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