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울릉 산골마을은'빈집'천지…어르신들 겨울나러 도회지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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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지났지만, 울릉도의 최고 오지마을로 알려진 북면 석포마을의 빈집에는 흰눈이 쌓인 채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입춘이 지났지만 봄은 멀기만 한 울릉도 섬마을. 설 연휴도 지났지만 울릉도 산골마을에는 빈집이 많다.

주민들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울릉도에 거주하는 70~80대 어르신들이 도회지에서 생활하는 자녀를 찾아나서는 바람에 생긴 특이한 현상이다.

이같은 현상은 눈이 많이 오는 데다, 오지마을의 경우 인적조차 드문 울릉도의 긴 겨울을 피해 어르신들이 가을걷이를 서둘러 끝낸 뒤 도회지로 앞다퉈 떠났기 때문이다. 또 지역 특성상 육지보다 비싼 연료비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난방비를 아끼자는 계산도 깔려 있다.

울릉군은 전체 4천325가구 중겨울철 집을 비우는 어르신들이 500여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렇게 도회지로 나갔던 어르신들은 자녀들의 집에서 겨울을 난 뒤 날씨가 풀리는 3월쯤 다시 울릉도로 돌아오고 있다.

특히 설 연휴를 자녀들과 함께 보내기 위해 육지로 나가는 어르신들이 매년 늘면서 이른바 역귀성현상이 울릉도의 신풍속도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2006년 이전 설 연휴에는 고향을 떠난 자녀 800~1천명이 설을 쇠기 위해 울릉도를 찾았기 때문에 여객선이 증편됐으며, 배표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러나 올해는 여객선 증편도 없었고, 배표는 남아 돌았다.

이에 따라 울릉도에서는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갈수록 초라해지고 있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설날 시골 마을은 젊은이와 어린이들로 왁자지껄했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은 동네 어디서나 적막감만 감돌았다. 세배를 다니는 어린이도, 성묘를 다니는 가족도 보기 힘들어졌다. 마을회관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끼리 벌이던 윷판도 사라졌다.

울릉도의 관문이자 관공서와 공공기관들이 밀집해 있는 울릉읍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외곽지역인 서면 및 북면지역은 마을 골목길에는 사람 그림자조차 구경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 연말 포항에 있는 자식집을 찾아나섰다는 하모씨(71·울릉읍 저동)는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은 외롭고 지겨워서 자식 집에서 설명절을 함께 보내고, 따뜻한 봄이 오면 다시 울릉도에 오기를 벌써 수년째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릉군 관계자는 "매년 겨울만 되면 동네 어디서고 적막감이 감돈다"며 "추운 겨울을 피해 자식들이 살고 있는 도회지에 갔다가 설을 보내고 봄이 되면 다시 돌아오는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남일보 2010-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