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ction.jpg

"돈선거? 얘기도 꺼내지 마세요… 몸서리가 나요"

청도읍 · 화양읍 주민들 "돈봉투 냄새만 나도 신고할 것"
6.2 지방선거를 50여일 남겨 둔 9일 경북 청도군청 민원실에서 만난 주민 이정식(58)씨는 선거 얘기에 손사래를 쳤다. 청도읍과 화양읍 등 곳곳에서 만난 주민들로부터도 마찬가지 반응이 돌아왔다.

주민 대부분은 최근 각종 선거 때마다 돈 선거의 대명사로 이 지역이 거론되는 것에 노이로제에 가까운 피해 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민선 군수 3명이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도중 하차한 데다 2007 12월 군수 재선거 때는 금품 수수로 주민 2명이 목숨을 끊고 1,400여명이 사법 처리된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

화양읍 농협 앞에서 만난 김모(81) 할아버지는 “2007년 선거 때 금품 수수 의혹을 받던 이웃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까지 벌어졌다”며 “돈 봉투냄새를 풍기기만 하면 당장 경찰에 신고해 버릴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미나리로 유명한 청도읍 한재미나리마을의 농민 안국현(48)씨도 “과거 농촌 지역에서는 으레 선거 때면 돈을 주고받는 것이 당연하게 여겼다”며 “지난 잘못을 계기로 주민들 사이에서 돈 선거 근절에 대한 공감대가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역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돈 선거가 자취를 감췄다. 12일 군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현재까지 금품 수수로 적발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또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치러진 6개 농협ㆍ축협ㆍ산림조합장 선거에서는 2건의 고발 조치만 있었다. 군선관위 관계자는 “지난 선거에서 홍역을 앓은 만큼 클린 선거 분위기가 뚜렷하다”며 “돈 선거는 물론, 다른 부정 선거 행위도 크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을 보면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주민들도 돈 선거의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눈을 부릅뜨고 있다. 주민 이모(61)씨는 “돈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겁을 내기는 하지만 100% 근절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군민 모두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번 선거를 깨끗하게 치러 오명을 씻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2010-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