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ction5.jpg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달 28일 오후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시부
광주흥사단, 21세기 청소년공동체희망 광주지부등의 회원들이
광주시내를 자전거를 돌며 시교육감 선거참여를 독려하고있다


"
받은 게 있으니까, ○○당이니까"… 지방자치 다 망친다


(4·끝) 뽑는 사람이 달라져야 한다

2006 5.31 지방선거 때 전남 신안군수에 출마한 A씨는 농어촌 지역 유권자일수록 돈 선거에 익숙하다고 털어났다. A씨는 "13개 섬을 담당하는 운동원들이 활동비를 주지 않으면 사무실에서 한 발짝도 나서지 않았다" "유권자들이 모두 돈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도시에 비해 10배 이상 선거비가 들었다"고 덧붙였다.

A
씨가 말한 것이 바로 한국 지방선거의 본 모습이다. 유권자들은 후보나 선거운동원이 돈을 내놓거나 밥을 사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멀쩡하던 사람까지 선거 때만 되면 완전히 하이에나가 된다. 이런 모습에 질린 상당수 유권자들은 아예 투표장으로 가질 않는다.

유권자들은 후보를 제대로 평가하겠다는 의지도 없다. 5.31 지방선거 때 영남 지역에 출마해 패했던 한 후보는 "정책 위주의 선거를 하고 싶어서 유권자들을 만날 때마다 정책 내용만 홍보하고 상대 후보를 헐뜯는 언급은 절대 하지 않았는데 전혀 반응이 없었다. 초반 여론 조사에서 1, 2위를 달리던 이 후보는 선거에선 결국 4위에 그쳐 탈락했다. 유권자들이 정책 같은 것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한 유권자들은 대개 당만 보고 투표한다. 광주시의 지역 정치인은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그저 지역에 기반한 당의 공천자에게만 표를 찍는 경우가 대다수다" "뽑아 놓고 나중에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유권자의 이 같은 타락과 무지는 지방 행정의 붕괴로 이어졌다. 돈 받고,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찍어 줘 당선된 불량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나중에 각종 비리, 불법 선거운동 등으로 무더기 처벌을 받으면서 행정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재보궐선거를 치르느라 들어간 돈도 엄청나다.

하지만 희망도 있다. 사회적 성숙과 더불어 유권자들에게서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무더기 처벌되는 사태를 보면서 '유권자가 제대로 뽑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해졌다.

당진환경운동연합 등 충남 지역 20개 시민사회단체는 13 2010 충남유권자희망연대를 발족하고 유권자들의 힘으로 지방자치를 회복하자고 선언했다. 이들은 지역별로 유권자 조직과 연계해 각 정당의 부적격 후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공천자에겐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도록 촉구할 계획이다.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 등도 광주시교육감 선거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지난달 28일부터 벌이고 있다. 회원들은 매월 첫째와 셋째 토요일 자전거를 타고 광주역과 버스터미널등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단체장 선거에 묻혀 버린 시교육감과 시교육위원 선거에도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 중이다.

대구사회복지유권자연맹도 지난달 30일 대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회복지 분야 7대 과제를 발표하고 시장 구청장 군수 지방의원 예비후보에게 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전남 장흥군에서는 이장과 부녀회장 등 주민이 나서 선거범죄 0, 투표율 100% 달성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목포시 옥암지구에 사는 최성욱(45)씨는 "이제까지 수건 돌리거나 당이 그럴싸한 사람에게만 투표했는데 이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책과 사람됨을 평가해 표로 만든 뒤 선거장에 가겠다"고 말했다.

 
2010-4-15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