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자유도시 현주소 <하>
문성환 제주관광공사 팀장은 “내·외국인 모두 이용한도·횟수 제한을 둔 면세점은 국내에서 제주도뿐”이라며 “공항이 아닌 컨벤션센터 안에 지난해 3월 문을 연 이 면세점도 관세청과 수 년을 줄다리기한 끝에 겨우 문을 열 수 있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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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의 면세점. 제주도가 관광객의 편의 증진을 위해 면세점 설치를 요구하자 관세청이 공항 이외의 지역에 면세점을 허가할 수 없다고 반대해 논란을 벌인 끝에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프리랜서 김영하] | |
제주국제자유도시의 1차 투자 계획은 2002년부터 10년에 걸쳐 35조3700억원으로 잡혀 있다. 지금까지의 실적은 13조2061억원. 대부분 공항·항만·도로시설 등 공공부문 인프라 시설투자와 골프장 조성 등 민간 개발사업에 집중됐다. 그것도 최근 2~3년에 투자액이 몰려 있다.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 추진 초기 투자유치가 부진하자 2006년 7월 ‘특별자치도’ 간판을 내걸었다. 행정체계를 바꿔서라도 국제자유도시에 다가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행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4개 시·군을 폐지하고 단일 자치시스템으로 바꿨다. 정부는 당초 “국방·외교문제를 빼고 모든 걸 제주도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특별자치도 출범 후 3800여 건의 중앙정부 사무 권한이 제주도로 넘어왔다.
그러나 정부가 약속한 ‘특별한 지위와 권리’는 아직까지 요원하다는 게 제주도의 판단이다. 오승익 제주도 특별자치도추진단장은 “알짜배기 권한은 모두 정부가 틀어쥐고 있고, 넘겨받은 권한은 자투리 인·허가권 수준”이라며 “특별한 자치권을 행사할 여지가 별로 없다”고 하소연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요즘 일부 제주지사 예비후보들은 “다시 4개 시·군의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시각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양영철(행정학) 제주대 교수는 “예상보다 정부 지원이 전폭적이진 않더라도 이미 넘겨받은 권한을 활용해 제주만의 정책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과제라는 주장이다.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를 향해 뛰는데 걸림돌은 경쟁 도시에 비해 기업 투자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경쟁 도시인 싱가포르와 홍콩은 세금이 3~4종에 불과하지만 제주에서는 14종의 국세와 17종의 지방세를 내야 된다. 법인세율 역시 중국 상하이 푸둥지구와 홍콩은 15~17%지만 제주도는 국내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13~25%를 적용하고 있다.

이영철 제주도 투자기획 담당은 “법인세율을 10~12%로 낮춰 투자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 달라고 해마다 정부에 요청하고 있으나 ‘다른 지역과 형평에 맞지 않다’ ‘1국 1조세 체계를 흔드는 것’이란 말만 되돌아온다”고 말했다.
최근엔 관광객 부가세 환급제를 놓고 제주도와 기획재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해 말 총리 주재의 회의에서 제주특별자치도법 개정안을 만들며 관광객에 한해 구매 비용 중 부가세 몫을 되돌려 주는 제도의 도입을 의결했으나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돌연 ‘불가’ 방침을 밝혔다. 김태환 제주지사는 “수십 년간 공무원 생활을 했지만 각 부처의 의견을 종합해 확정한 사안을 특정 정부 부처가 뒤집을 수 있느냐”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태주 기획재정부 부가세제과장은 “관광객 부가세 환급제는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은 사안인데 정부의 의결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며 “제주도와 다시 논의하고 있어 시일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외 기업 유치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의료산업 발전도 필수적이지만 규제의 벽은 여전히 높다. 싱가포르는 병원의 설립·투자가 자유롭고, 중국 상하이 푸둥은 1989년 의료시장을 전면 개방했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국내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설립이 불가능하다. 그나마 외국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진출이 가능하도록 길을 터놓은 게 이점이다. 임화순(관광개발학) 제주대 교수는 “규제가 아닌 특별한 지원이 없이는 국제자유도시의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영하
2010-4-13 중앙일보 양성철 기자 [ygodot@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