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높이 11m 제한, 식당은 특산물만 사용 ...
실개천.인력거 '고향의 향기' 가득 ...
리조트 대신 테마갖춘 미술관 ... 환경살린 차별화로 성공
지방 관광 활성화 방안, 유후인에서 배우다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은 언제나‘관광’을 앞세운다. 관광객이 와야 투자유치와 수익 증대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연중 수많은 축제를 벌이고 다양한 행정적 혜택을 주며 기업과 자본에 러브콜을 보낸다. 하지만 실제 이렇다할 경제 효과를 거둔 곳은 얼마되지 않는다. 그 이유를 굳이 다른 곳에서 찾고자 하면 일본 규슈의 작은 마을 유후인(由布院)의 성공 사례를 눈여겨 보면 된다. 일본 오이타(大分)현의 이름난 온천 관광지인 유후인을 찾아 마을의 성공 요인과 ‘현재진행형’인 관광 정책을 살펴봤다.
◇유후인을 보면 지방 관광 활성화의 해법이 보인다
유후인은 일본 남단 규슈섬 후쿠오카로부터 약 2시간 정도 떨어진 오이타현의 산속 작은 마을이다. 인구 1만1400명의 산촌 유후인은 연간 400만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대표적인 온천 관광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국내에도 잘 알려져 신혼여행객과 장·노년층이 선호하는 인기 관광지로 꼽히고 있다. 이곳이 처음부터 이름난 관광지는 아니었다. 산골 분지에 자리잡은 마을은 특별한 산물도 없어. 내세울 것이라고는 고작 온천수 뿐이다. 사실 일본 전역에서 소위 ‘땅만 파면 나온다’는 것이 온천이고. 인근 1시간 거리에는 1911년 이미 증기선을 띄워 멀리 미국 관광객까지 받아들였던 100여년 역사의 온천 관광지 벳부(別府)가 있는 까닭에 그리 자랑할 만한 것도 못된다. 하지만 이 마을은 최근 오히려 벳부에서 부러워할 정도로 최고 명품 관광지로 늘 꼽히고 있다. 일본인들에게 ‘가고 싶은 온천휴양지’를 조사하면 늘 유후인을 1위로 꼽는다. 한국과 중국. 동남아 등 주변국에서도 견학과 시찰을 오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오랜 가옥 옆으로 좁은 실개천이 흐르는 거리.
낡은 건물 속 세련된 매력이 숨어있는 유후인의 거리.
이 거리는 중년에게는 다시 추억거리를 새겨주고 젊은
층에게는 한번도 본 적없는 신비스러운 풍경을 선사한다.
◇주민들이 일궈낸 명품 관광지 유후인
유후인은 처음부터 천혜의 자연과 교통 행정의 수혜를 입은 곳이 아니다. 너무도 외진 터라 개발에서 소외되고 농촌 빈곤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곳이다. 1952년에는 댐건설로 마을이 수몰될 시킬 위기에 처했다. 당연히 보상금을 둘러싼 갈등이 주민들 사이에 생겨났지만. 청년과 농민들이 중심이 되어 수몰을 막아낸 이 때부터 유후인의 새로운 역사가 쓰여진다.
1970년대 중반 유후인의 이와오 히데가스 정장(町長·면장급 마을 대표) 등 지도자급 3인은 독일 바덴바덴을 견학하고 돌아와 느낀 바가 컸다. 무려 800년 역사의 중세 도시가 주는 매력에 반한 것이다. 돌아온 그들은 당장 일본 내에는 전혀 없었던 ‘개발 아닌 개발’을 실천하기로 했다. 시니세(しにせ·오래된 가게)라는 키워드로 ‘마을을 느리게 개발해 가장 빨리 나간다’는 역설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마을을 발전시키되 ‘개발’이 아닌 ‘보존’에 중점을 뒀다. 당시 주민들 사이에는 인기 관광지인 이웃 도시 벳부의 모델을 따라 대형 호텔과 골프장 등 위락시설을 유치해 급성장을 이루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유후인의 지도층들은 그와 반대로 타지역 자본과 기업 등에 특혜성 인·허가와 혜택을 주며 억지로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 조례를 정해 ‘규제’를 했다. 유후다케(由布岳·1584m)산이 마을 어디서나 보이도록 건물 높이를 제한(11m 이상 금지)하고 숲을 조성했으며. 식당이나 숙박업소 등에는 고유 특산물과 색상(녹색) 이외에는 사용을 자제하도록 했다. 3300㎡와 60실 이하 료칸(전통여관)을 기반으로 하고 마을에서 나는 산물로 만든 음식만을 팔았다.
그런데 이것이 주효했다. 관광객들의 대부분인 도시민들은 과거 그들이 살던 ‘고향’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유후인을 별천지. 이상향으로 인식했다.

▲유후인이 감성적인 명품 관광지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일본 전역에서 예술가, 요리사를 비롯해 커피 바리스타와
와인 소믈리에 들도 몰려오기 시작했다. 덕분에 도쿄 등
대도시 못지않은 최상급 식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유후인이다
◇그들만의 방법으로 차별화에 성공
유후인의 성공 요인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차별화의 성공이다. 80년 중반 일본 전역에 대형 자본에 의한 리조트 개발이 봇물처럼 이뤄질 때 마을측은 이를 반대하고 스스로 자신만의 개발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오이타 현 관광기구 아베 하나(29·여)씨는 “인근 벳부가 일본 최대의 온천 관광도시로 승승장구할 때 유후인이 이를 따랐다면 지금과 같은 성공은 없었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어딜 가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리조트 위주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에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는 설명이었다.

스포츠서울, 201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