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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 와서 멋지게 꾸며놓은 시설물이나 위락시설을 찾으면 곤란하다

먹고 마시고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면 실망할 것이다.
대신 낙석을 막기 위해 도로위에 지붕을 얹은 피암 터널이나 중장비가 들어 갈 수 없어 손으로 만든 해안 산책로나 거센 파도를 막기 위해 빠뜨려 놓은 테트라포트(TTP) 들을 보며 자연에 부대끼며 살아 가야하는 이곳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려 한다면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것이다

울릉도 여행은 도동항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한다. 칼날같이 뾰족한 산들은 하늘에 뿌리를 박은 듯 급경사를 이루며 치솟아 있고 길들 또한 굽 있는 구두는 불편할 정도로 경사가 심하다. 오죽하면 택시들이 모두 사륜구동 SUV 들일까. 웅장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산들은 남 서 해안에 흩어져 있는 섬들과는 다르다. 지금은 대형버스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뚫려 마을과 마을이 이어져있지만 예전의 마을들은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있는 골짜기를 중심으로 배가 드나들 수 있는 포구(浦口)에 형성되어있었다. 지개로 짐을 지고 다녔던 시절 많은 짐을 편리하게 수송할 수 있는 배가 닿을 수 있는 포구는 마을이 형성될 수 있는 최우선의 조건이었다. 지금은 마을 구석구석까지 연결된 도로로 포구의 역할이 줄어들어 작은 마을이 큰 마을에 흡수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했지만 흔적은 그대로 있어 가끔 추억을 찾아 그 마을들을 찾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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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옛길을 걸어 찾아간 마을은 마을입구에 큰 살구나무가 있어 사구너미라 하기도 했던 살구남이라는 옛 이름을 가진 마을이다. 지금은 행남이라는 이름으로 저동과 행남등대를 가는 중간에 있는 한 지점에 불과하지만 예전엔 아이들이 뛰어 다니던 마을이었다.   

도동과 저동 중간에 위치한 이 마을은 골은 짧지만 해안이 넓은 어촌마을 이었다. 배를 타고 해상을 돌다보면 마을의 규모가 한 눈에 다 보일 정도로 아주 작은 마을로 제일 위쪽에 위치한 집조차 파도가 세면 소금기 짭짤한 물보라를 고스란히 다 맞아야 할 정도로 바다와 가깝다 . 배를 타면 도동에서도 금방이요 저동에서도 금방이지만 산길로 걸으면 양쪽 다 한 시간은 족히 걸어야 하는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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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동에서 행남 가는 옛길은 울릉군청 옆에서 시작된다. 성당 앞을 지나 가파른 계단을 15분쯤 오르면 뽈뚜(보리수)나무가 많아 뽈뚜릿지라 불리기도 하는 행남능선에 오르게 된다.

능선을 가로질러내려서면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시간에 따라 연락선의 모습과 유람선의 들고남을 볼 수 있는 이 길은 털머위 군락으로 가을이면 노란 털머위 꽃이 지천으로 핀다. 여름끝 무렵부터 11월 초까지 피는 이 꽃은 아침이면 향기가 골짜기로 가라앉아 머리가 멍할 정도다. 지난 10월 어느 관광객이 골짜기에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피어오른 향기에 정신이 아찔했다 했다. 힘들거나 위험한 길은 아니지만 발밑을 조심하며 대나무터널을 지나 후박나무 밑을 지나 40분쯤 걸으면 살구남과 행남(도동)등대로 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어 등대가는 길과 마을가는 길이 헷갈릴 일은 없겠지만 오른쪽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옛 살구남 마을인 행남에 다다르게 된다. 이 마을을 지나 바닷가로 내려가면  도동과 연결되어 있는 해안 산책로와 만나고 비스듬히 누워있는 왼쪽 길을 오르면 행남등대와 저동촛대암 산책로 가는 길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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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곳은 도동 좌안 해안 산책로와 함께 울릉도의 유명관광지다.

행남등대는 전시실과 야외전망대로 설치되어 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울릉도의 옛 어민들의 생활모습과 등대의 발전상을 볼 수 있으며 야외전망대에 내려서면 멀리 성인봉과 저동 외항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 아침에는 멋진 일출을 볼 수 있고 밤이면 저동의 야경, 오징어 작업 철이면 아름다운 어화가 활짝 피는 모습을 시원하게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저동촛대암 산책로는 2008년 4월 개통한 것으로 가파른 웅퉁게 절벽에 57m의 sts(스텐레스 강제)계단을 세워 저동 촛대암까지 갈 수 있게 만들었다. 처음 저곳에 산책로가 생긴다는 말에 그것이 가능할까 의구심을 가졌는데 그것이 현실로 이루어져 지금은 멋있는 관광지로 개발되어 주민들을 비롯하여 관광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저동 촛대암 산책로를 끝까지 걸으면 어업전진기지가 있는 저동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도동으로 되돌아 오고자 한다면 행남 마을로 내려와 처음 출발했던 옛길이 아닌 해안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연락선이 닿는 도동항 연락선부두에 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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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도 약 40분쯤 걸리는 이 도동 좌안 해안산책로는 행남 마을 해안경비초소 옆에서 시작되어 도동 연락선 터미널과 연결되어 있다. 털머위가 심어놓은 듯 자라있고 해국이 부케처럼 늘어져 있는, 자연 동굴터널이 손으로 장식을 한 것처럼 뚫려있는 이 산책로는 어느 곳을 보고 사진을 찍어도 달력속의 그림 같은 풍경을 담을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여러 모양으로 새로운 길이 만들어 졌다 해도 차가 들어갈 수 없어 발품을 팔아야만 갈수 있는 곳, 육로관광이나 성인봉, 유람선관광에선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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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시간을 기다리거나 자투리 시간이 아깝다면 아니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어 넉넉잡아 왕복 두 시간이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이 해안 길을 꼭 걸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것이 울릉도구나 느낄 수 있는 이곳도 파도가 세거나 바람이 불면 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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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 파도가 세다 할지라도 비가 오고 눈이 온다 할지라도 오감을 총 동원시켜 울릉도를 본다면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듯 두고두고 기억하게 될 비경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오늘도 난 처음 가는 것처럼 두근대는 가슴으로 행남을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