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 서점을
도서낙도 울릉도에 미래 꿈과 희망을 심어줄 `내 인생의 멘토` 섬 초롱도서관이 개관식을 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 울릉도 문화의 장으로 자리 잡게 됐다.
섬 초롱도서관은 약 50평 규모로 조성됐으며 1만2천여권의 일반도서와 어린이도서 및 30석의 열람실을 갖춘 자료실 및 주민들이 언제든지 이용 가능한 편의시설 등을 갖춰 울릉읍 지역 문화의 장으로 자리잡고 있다.(경북매일,2011-12-26)
도동에 ‘섬초롱 도서관’이 개관되었다는 기사가 와락 눈에 다가온다.
저동에 있는 공공도서관 하나라도 제대로 그 역할을 다 했으면 하고 궁금해 하던 차였는데 울릉도의 관문인 도동에 새로운 도서관이 생겼다고 하니 우선 반가운 일이다. 모두들 관광이다, 오징어다 등등 먹고 살기가 바빠 눈코 뜰새 없이 돌아가는 작금의 울릉도에 도서관이 또 하나 생겼다는 소식은 어쩌면 생뚱맞은 소식일지 모르겠다.
개관과 동시에 일만이천 여권의 도서가 소장되어있고 벌써 이용객들이 꽤나 많은 듯하다.
수년 전 울릉도를 찾아갔을 때인데 짬이 난 터라 서점에라도 가봐야겠다고 수소문 했으나 울릉도에는 서점이 아예 없다고 했다. 몇 사람에게 물어보아도 답은 마찬가지였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대한민국 군소재지에 서점이 한 곳도 없는 곳이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에 한동안 멍하니 한대 맞은 느낌이었다. 더욱이나 문화적 욕구가 그 어느 지방보다도 간절할 외딴 섬, 울릉도에 서점이 없다는 것에 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욱이 긴긴 겨울 밤의 섬 생활에 가장 어울리는 것이 책이 아니던가 말이다.
최근에 와서 독서 인구가 많이 줄어들고 인터넷 주문으로 책을 구입하는가 하면 갤럭시탭이나 아이패드등과 같은 전자책도 많이 보급되는 실정이고 보니 굳이 서점까지 가서 책을 살 이유가 없어진 이유가 크긴 하겠지만 그래도 서점이 무엇인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어른들에게는 삶의 여유를 가져다 주는 어쩌면 하나의 문화공간이 아니던가?
전국에 매년 1000여 개의 서점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작년까지 전국의 서점 수가 2,600개로 5년 전의 5천 여 곳에 비하면 반이 사라진 셈이다.
영국의 라이프스타일 잡지 '모노클(Monocle)'의 발행인 겸 편집장 타일러 브륄레(43)가 쓴 칼럼 하나가 지난 1월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나의 멋진 한국의 비밀(The secrets of my brilliant Korea)'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는데 그가 꼽은 한국의 첫 번째 개선 사항은 '서점' 이라고 했다.
"김포공항의 세븐일레븐에서 잡지를 사곤 했는데 그마저도 다 치웠더라. 인천공항 GS25에선 조그만 진열대에 한국신문 5개와 영자지 2개만 있었다. 홍콩이나 싱카폴·일본 공항에 가면 스무 걸음마다 서점이나 커다란 가판대가 나온다. 공항뿐만 아니라 도심도 마찬가지다. 서점은 그 나라 문화를 보여주는 척도다."
또한 그는 "대만"에선 24시간 문을 여는 예쁜 디자인의 서점도 있다. 서점을 보기 위해 일부러 대만을 찾는 이도 있다"며 "소소하지만 그게 문화"라고 했다. 조선일보 4월20일자에 소개된 기사다.
그뿐만 아니다. 지난 7월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두 딸을 데리고 서점을 나오고 있는 모습이 기사화된 적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앵무새 죽이기’와 ‘붉은 망아지’라는 책을 사주었다는 내용과 함께 말이다. 그 바쁜 일정 속에 책을 들고 서점을 나오는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어쩐지 여유롭고 멋있어 보였다.
울릉군을 설계하고 있는 군수가 바쁜 가운데에서도 여유롭게 시간을 갖고 서점을 방문하여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나오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어쩐지 울릉도가 한층 성숙된 삶이 공존하는 섬일 것만 같은 생각도 든다.
아주 오래 전 내가 대학교 2학년 때였으니까 1965년의 여름이었다. 한창 젊었던 시절,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울릉도출신의 학우(學友)들과 함께 책을 모아서 고향에 가져가기로 했다. 몇몇 학우들과 함께 출판사나 향우들의 직장을 방문하여 소장하고 있는 책 약 천 여권을 기부를 받아 가져간 적이 있었다.
그 중 지금도 생각나는 것은 서대문에 있던 대한적십자 병원을 방문했던 일이다. 그 곳에는 김화순이라는 남양출신의 간호사가 근무하고 있었다. 얼굴도 어찌 그리 예뻤던지 지금도 따스하게 웃던 누님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타임지를 한 박스 내놓아 가져온 적이 있었다.
수십 박스의 책이 하시게에 실려 하역 작업하던 그 때가 또렷하다.
울릉문화원과 울릉교육청에서 서로 갖겠다고 하여 좀 난처하긴 했으나 난 교육청에 기부하기로 하여 전량을 가져다 주었다.
물론 당시에는 도서관이 없었고 문화원 서고에 책 몇 권이 꽂혀있을 정도였다.
이제 울릉도에도 제대로 된 도서관이 생겼으니 모두들 기대하는 바가 클 것이다.
도서관 자체의 관리는 물론이거니와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원하는 책을 지속적으로 비치할 수 있도록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울릉도 도서관의 한계는 독자들이 필요할 때 즉시 볼 수 없는 것이고 보니 서점이 제 기능을 다하여 울릉도 도서관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때만이 그 역할이 더 크리라 본다.
울릉도에 반드시 서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국제관광섬을 지향하는 울릉도의 자존심일지도 모르겠다. 올해는 울릉도 출신 학생들이 서울대학교에 두 명이나 입학을 하게 되어 섬이 온통 떠들 석 하였다는 소문을 듣고 보니 서울대생과 서점이 같은 의미를 가진 듯 친숙한데 서점이 없다니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
울릉도 도서관의 향후 도서구매 계획이 어떠한지는 잘 모르겠으나 기부에 의해 대부분의
책을 보강한다면 시사성이 떨어지고 내용면에서 부실할 수 밖에 없음으로 수시로 서점을 통해 책을 구입하여 비치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울릉도에 설령 서점을 누군가 낸다고 하더라도 독서인구가 적어 현실적으로 서점 자체로는 점포 운영이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편의점이나 약국 같은 곳에서 숍인숍 형태로 서점을 같이 운영하고 울릉군에서 점포 임대료나 관리비 등을 보조하여 서점을 운영하게 하고 저동의 울릉공공도서관이나 초롱도서관은 이 서점에서 책을 구입해준다면 서점도 살아나고 도서관의 이용객들도 늘어나는 일거양득이 될 수 있을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해본다.
어느 날 흐뭇한 미소를 띄우며 서점을 나서는 울릉군수의 모습을 가까운 시일 안에 그려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바로 그의 손에는 목민심서(牧民心書)가 들려 있었고 말이다.
@2012-01-1